단어 딱 세개를 익히고 출장을 갔었다.
이즈조, 조과이, 요과이
아직 어떻게 쓰는 줄도 모르고 제대로 된 발음인지도 모른다.
각각 뜻은 직진, 좌회전, 우회전
이다.
택시를 타려면 꼭 필요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출국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더듬더듬 생존법을 익혀서 중국에서 음식 시켜먹고 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는데, 여튼 중국어는 못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적당하다.
딱 일주일전, 나는 천진에서 북경으로 오는 초고속열차 안에 있었다(30분만에 주파. 어제 올린 동영상이 거기서 찍은 것임).
신나게 북경에서 눈밭을 뒹굴고(이 사연에 대해선 내일... 혹은 모레...),
기차를 올라탔는데, 웬 중국인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요일이라 기차표는 모두 매진. 역에도 1시간전에 도착했는데 기차표가 없어서 1시간 기다려 기차를 탄 후였다.
난감한 상황.
그래도 시작은 중국어로...
"뚜이부치..."
그리고 눈치...
여튼 뭐가 됐든 의미는 통해서 자기 일행이니 자리를 바꿔달라는 의미임을 간파하고...
그 바꿀 자리로 갔다.
갔더니 이번엔 웬 꼬맹이들이 앉아있다.
이건 뭔가...
다시 꼬맹이들한테 말을 붙였더니 옆에 앉은 부모님을 쳐다본다.
그런데 이야기하는 걸 들어봤더니 이번엔 일본인 관광객...
아무래도 바른 자린데, '넌 누구냐'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더니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가 내 자리라고 말을 하려면 표가 있어야 되는데, 난 자리를 바꿔서 표가 없고... 중국어로 무슨 말인지 몰라서...
다시 그 중국인 아저씨들한테 간다.
내 표를 보여주면서 아저씨 표를 확인한 후, 강탈. 아저씨가 뭐라고 뭐라고 그랬지만... 여튼... 그 표를 들고 다시 일본인 아줌마와 조우.
표 번호 확인 후, 꼬맹이들이 앞자리로 옮겨 왔음을 확인.
근데 그 아줌마도 중국어를 잘 못하는 모양이었다.
일본어로 떠듬떠듬 거리더니... 끝에만 "커이마?(좋습니까? 괜찮습니까?)" 라고...
(아... 또 중국인으로 오해받았어... 흑흑)
"와타시와 칸코쿠진 데쓰"를 함 날려주려다가 귀찮아서 말았다.
다시 중국인 아저씨 한테 표를 가져다 주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리고 가져갔던 책이나 읽으려고 펼쳤는데,
하필 "칼의 노래"
많이들 알다시피 임진왜란 소설이다.
중국 초고속 열차 안에서 중국인, 일본인 승객들이랑 자리를 2번이나 바꾼 자리에 앉은 후 펼친 책이 임진왜란 이야기라니... 뭔가 묘한 기분이었음.
게다가 한 마디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게 참 애석해서 하루 종일 마음에 좀 걸렸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국어 학원 다닐 거임 -ㅅ-;
그냥 결론이 그렇게 나오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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