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

트라우마(Trauma)

아퀴 2008. 10. 4. 01:42
트라우마(Trauma)란 나이뻐 사전님께서 말씀하시길 보통 의학용어로 외상을 뜻하지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정신적 '충격'에 가깝다고 한다.

저렇게 사전에서 정의하는 것처럼 큰 정신적 외상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은 하나씩 트라우마에 가까운 기억들 하나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없으면 좋고.

나같은 경우에는 국민학교(혹은 초등학교) 5학년 시절, 그러니까 92년도 시절 어느 일요일에 있었던 우리집 강아지의 교통사고다.
당시 우리는 집에서 흑염소의 자태를 뽐내는 날씬하게 잘 빠진 검정색 잡종 애완견을 하나 기르고 있었는데, 이름은 '다롱이'였다. 까만 푸들과 또 다른 멍멍이의 합작품이었는데 지금와 생각해봐도 머리가 보통은 넘었다.

일단 주인/주인이 아닌 사람 구분이 지금 우리집에서 키우고 있는 수 많은 흰둥이들과 검둥이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주인이 아닌 사람 중에서도 주인이 인정해주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적개심을 보이지 않는 것도 발군이었다.

가끔 집안에 들여서(그렇다. 이놈도 밖에서 키웠다), 데리고 놀 때가 있었는데, 먹을 걸 던져주다가 한 번은 심심해서 껌을 하나 던져줘봤다. 껍질까지 다 싸여져 있는 놈으로 던져줬는데, 킁킁대며 한 1분 연구를 하더니 껌 껍질을 벗기고 먹기 시작했다. 하도 신기해서 몇 번 더 던져줘봤는데 이 놈이 정말 껌 껍질 벗기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당시에 좀 놀라긴 했는데, 알고보니 푸들들은 다 할 줄 아는 기술이라더군.

또, 가끔 대문이 열려있으면 집 밖으로 뛰쳐나가서 산책을 즐기다가 들어오고는 했는데, 이 놈이 나가서 실컷 산책을 즐기면서 신호등을 지키면서 길을 건너 다녔다. 내가 목격한 적은 없지만, 우리 가족들과 많은 지인들이 전해준 소식이다.

우리집에서 키웠던 개 중에 이 개보다 더 똑똑한 개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 싶다.




뭐냐면, 자동차와 개가 같이 가고 있는 것을 보거나, 차에 치일 뻔하는 상황이거나 하면 그냥 자리에 멈춰 서 버린다. 그냥 멀쩡히 이야기하면서 가다가도 뚝 하고 서 버리고, 누군가랑 손을 잡고 가고 있으면 그 사람 손이 부숴질 정도로 꽉 쥐어 버린다.

이거 내가 의식하고 한 번 어떻게 멈추지 않나 몇 번 실험해봤는데, 잘 안된다. 뭐, 지금으로는 딱히 고칠 마음도 없다.


뱀다리))
내가 쓰는 글들이 한 세 패턴으로 나눠지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여기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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