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일은 하나다. 다만 여러가지 관점이 존재할 뿐이다."
- 한홍구(대한민국史)-
나는 예전부터 진보적인 스탠스지만, 이른바 인터넷의 진보론자들에게 불편한 것이 3가지 있다.
1. 이중잣대
2. 선동질
3. 음모론
오늘 김구라가 10여년 전에 했던 자신의 이른바 막말 때문에 방송활동을 잠정중단했다.
얼마전 김용민 후보건과 더불어 인터넷에서는 벌떼같이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데, 서로 이해하려는 입장은 별로 없고 말과 말이 맞부딪히고 있는 상황이 있어 정리를 해볼까한다.
물론 이런 논쟁이 소모적이고 발전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서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알면 생산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크게 부딪히는 걸 정리해봤다.
"10여년전 막말로 은퇴하는 것은 정당하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다면 김용민 교수건은 어떻게 된건가. 누구나 실수를 할 때가 있지만 그것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김용민 교수는 미군의 포로문제라는 선행사건이 있었다. 김구라와 동일 선상에 비교해서는 안된다."
"어쨌건 이 사건은 정치적이다. 여권의 횡포에 치가 떨린다. 시기가 김용민 후보를 지지 선언을 한 뒤에 일어났고, 처음 출발한 곳이 보수색이 짙은 인터넷 사이트다."
"시기가 정치적이란 것은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본질은 막말이다. 무슨 사건이 터지면 정치적 음모라고 밀어붙이는 건 지나치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크게 이렇게 이야기가 루프를 돌고 있다.
그리고 이 안에 '이중잣대', '선동질', '음모론'이 적당히 조금씩 섞여 있고 이를 비판하는 관점이 존재한다..
한 발씩만 물러서서 보면, 김용민 후보 지지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대부분 "막말"에만 집중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김용민과 김구라의 막말은 동일한가? 본질적으로 김용민은 미군의 처사를 비판하기 위해서였고, 김구라는 생존을 위해 진행하던 인터넷 막말 방송에서 말한 내용이었다.
김용민의 발언은 시사적이었고, 김구라의 발언은 재미를 위한 것이었지만, 둘 다 "자극적"이다.
혹자는 김용민은 강자에게 거친 어조로 비판을 가한 것이고, 김구라는 약자에게 심한 말을 한 것이므로 다른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간"을 언급한 김용민이나 "창녀"와 "정신대"를 동시에 언급한 김구라는 일반적인 국민의 언어 생활 관점에서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고 받아들여진다. 둘을 굳이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의 의견과 대중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그런 대중을 우매하게 생각하고 계몽해야 될 대상으로 여기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시선에 동의를 하지는 않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쁘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자극적"이고 "해서는 안 될 말"을 뛰어넘어 이 둘을 구분해야될 이유가 있나? "정권이 나쁘게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음모론의 큰 단점인데, 모든 네거티브한 원인을 정권이나 야권이나 힘이 있는 권력으로 돌려버린다. "지금" 이 일이 터진 "이유"는 권력의 선택에 의한 것이고, 다른 사건을 묻기 위함 혹은 자신과 반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취급해 버린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말이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다.
"음모론"이 사태를 지배해 버리면 모든 것이 거기서 끝나 버린다. 김구라가 정권이 시켜서 "막말"을 했고, 김용민이 현 여당의 회유를 받아 "막말"을 한 것은 분명 아니니까. 이들은 자신이 책임을 지어야 할 말들을 내뱉었고, 지금 (내 관점에서는) 훌륭하게 자신의 발언들을 용기있게 책임지는 중이다. 사과하고 반성하고 자숙하는 것은 쉬워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 실수만큼의 책임을 지고 살아간다.
다만, 모든 것을 음모론으로 몰면, 정말 세상은 답이 없다. 다 음모 탓만 하면 되니까.
음모론이 얼마나 웃기게 결합되는지 예시만 하나 들고 글을 그만 쓰련다.
2004년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유래없는 탄핵역풍을 맞아 총선에서 난리가 났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나라당 장광근 전 의원을 연결해 인터뷰를 했다.
장관근 전 의원 : “탄핵안 가결은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이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석희 : “알면서 왜 하셨습니까?”
장광근 전 의원 : ...
음모론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일조차 책임지지 않아야 될 일로 만들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