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

바다로 가는 버스 - 3

아퀴 2011. 10. 25. 02:12
노인은 혼자 썰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어차피 그 시간이라는게 자네가 정해놓은 시간이니까.
시간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잖아."

젊은이가 말 없이 노인을 쳐다봤다.

"바다는 왜 가려고 하는지도 잘 생각해보게.
그냥 물만 있는 곳이라면 강도 괜찮지 않나?
꼭 바다여야할 이유도 없으니까"

멀리서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오고 있었다.

"아까 버스에서 우연히 자네가 전화기로 뭘 하는지 좀 봤네만,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네. 벌써 죽으러 바다로 가기엔 아깝지 않은가?"

젊은이는 눈물을 한방울 떨구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지금 인생이 제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자살을 하러 바다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지금 어르신이 한 말들을 다 듣고나니 답답하지만 인생이 원래 이런 것인가 싶습니다."

고급 승용차는 노인 앞에서 멈췄다.
노인은 그 차에 오르며 젊은이에게 다시 한 마디를 했다.

"내가 오늘 자네에게 3가지 이야기를 건내줬네.
'바다로 가는 버스' 이야기라고 하지.

처음에 '버스' 이야기를 했지. 시야를 넓히라는 이야기.
다음으로 '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 버스로 가나 걸어 가나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의지만 있으면 갈 수 있다고.
마지막으로 '바다'. 정말 바다를 원하는지 아니면 물을 원하는지 본질을 목표로 삼게.

물론 자네는 목표가 좀 괴상하니까 목표도 바꾸고"

젊은이는 차를 타고 가는 노인을 향해 물었다.

"어르신. 어르신도 저처럼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습니까?"

노인은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표정으로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아니. 난 우리 부모님이 부자였거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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