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

헤어짐

아퀴 2011. 3. 12. 03:37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지요.
만남은 자연스러우나, 헤어지는 건 어색하고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그 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것도 생각나고,
아쉬운 것도 생각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더 어떤 것을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가슴을 쿡쿡 찌릅니다.

아버지 형제분들은 모두 8남매 입니다.
큰아버지 2분, 작은아버지 4분, 고모 1분이 더 계시지요.
그리고 또 그분들께서 자녀를 2명씩 나으셨으니,
사촌만 14명인 대가족이죠.

▲ 할아버지 댁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 자식들입니다만,
사촌들이 많으니 딱히 할머니와 속 깊은 이야기나,
살가운 이야기들은 많이 못 나눈 편입니다.

그래서 할머니께서 회사 취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온 동네방네에 자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 생각보다
할머니는 손자를 많이 아끼시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울림이 있는 일이었지요.

작년 추석 쯤.
개인적으로도 좀 힘들었을 때, 할머니께서는 낙상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셨습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그래도 카랑카랑하신 모습을 보고,
'그래도 우리 할머니 정정하시군'
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올 설.
폴란드에 있었던 전 한국시간으로 설 아침에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통화를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와 잠깐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 내용은 그저 안부를 묻고, 거긴 춥지 않냐, 따뜻하게 다녀라는 손자 걱정 내용이었지요.

회사 전화라 국제전화 요금 걱정 안해도 된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전화요금 많이 나오니까 끊자고 하시며 돌아오면 보자고 끊으신게
저랑은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가 됐네요.

몇 주전부터 몸이 편찮으셔서 입원하신 할머니는,
폴란드에서 돌아오자마자 병원을 갔지만 약에 취하셔서 저를 알아보지도 못하실 정도로 기력이 쇠하셨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11일)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습니다만,
전 진급자 회식을 한 관계로 술을 많이 마셔 바로 내려갈 형편이 안되네요.
지금 잠깐 자고, 아침이 밝으면 대구로 내려갑니다.

술이 좀 깨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니,
심숭생숭해지게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신 제 걱정 뿐이시네요.
(전 술을 못 마셔서 많이 마시는 일이 드뭅니다)

이젠 좋은 곳에서 안 아프실 겁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보다 남아 계신 할아버지가 더 걱정이네요.

무탈하게 부모님과 할아버지 잘 위로해 드리고 오겠습니다.
올해도 참 다사다난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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