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펜입니다.
얼마 전, 나는 나도 모르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나를 쓰는 사람이 입힌 건지, 내가 쓰는 종이에 입은 건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죠.
며칠 전만 해도 나는 하루 일과를 적었고,
쓰는 사람의 마음을 편지에 담아줬고,
종이에 많은 것을 그리고, 쓰고,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상처로 인해
나는 더 이상 종이에 그림도 그릴 수 없고, 글을 쓸 수도 없습니다.
아직 종이에게 전해줄 잉크는 반 이상이나 남았는데...
종이에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종이에 상처만 남깁니다.
그래서 더 이상 종이에 무엇을 적을 수도 없고,
적으려 시도도 하지 않으려 하고,
적지도 말아야 합니다.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이 작은 상처로 인해
나는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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