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

부모님 문제에 끼어들기

아퀴 2006. 4. 16. 03:38

가끔 벚꽃님은 먹고싶다 - 맛있을까? -

우선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는 낙천주의자이며 모든 일은 좋은 쪽으로 풀려간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을 밝힌다.

우리 부모님은 자주 다투시는데, 가끔 내가 관여할까 말까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 때가 있다.
예전에는 확 다투시고 별 말 안하시다가 화해하는 경우였다면, 요즘은 항상 냉전 비슷하다고나할까?
여하튼 지금은 떨어져 있어서 별로 상황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관여도 하지 않는데...
이제는 슬슬 부모님 문제에 관여해서 좀 더 화목하게 지낼 수 있게 해드릴까도 생각한다.

열 마디 말보다 한 줄의 글의 힘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나이기도 하고 말할 때도 몇 번 곱씹어 보고 말하는 성격이라... 글을 쓸 때는 곱절은 더 생각을 해서, 남에게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별 어려움 없이 쓰기도 하는데 이제 부모님께도 좀 그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 행복은 치밀하게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보는데, 그렇다면 부모님 문제라고 손 놓고 있는 것도 장남(사실 이 단어가 평생 따라온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 없이 약하게도 만들었다 한 없이 강하게도 만드는 단어) 된 입장에서 계속 두고보기에는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계시다(사실 넘나드신 지는 꽤 됐고 요즘은 조금은 안정적인 상태?).

사실 나는 부모님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건 다른 사람들과도 마찬가지다. 꽁꽁 쌓인 사람속을 알기 위해서는 자꾸 말을 걸고, 말을 시키고, 말을 잘 들어야지 오해도 없고 명쾌하게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학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 경제 이야기, 세금 이야기(아버지 정말 좋아하신다. 세금 이야기), 상식 이야기(어렸을 때 부터 나는 길 가다가 "아빠 저건 뭐에요?", "엄마 저건 뭐야?", "저건 왜 그래?" 등의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다. 요새 별 걸 다 아는 건 이때부터 내려온 것), 사회, 문화, 연예, 드라마, 고스톱 등 음담패설과 슷하 이야기 빼고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문제는 이러다보니 아버지와 나, 어머니와 나 사이에는 온갖 대화가 오고가는데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 대화가 소원한 편이다.

원래 경상도 남자(아부지)가 말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지만 내 지론이 대화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억지로라도 대화를 하시기를 복돋워보려고 한다. 지금 계획은 여러가지가 있는데(보기보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철저하게 계획적이다. 시험공부는 물론, 과제, 데이트, 농담, 진담, 약속 등 철저히 계획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기계적이지는 않음. 굉장히 유동적인 계획적) 몇 단계에 거쳐서 시행할 생각이다.

일단은 금요일이 아버지 생신이셔서 선물을 보냈는데, 그냥 보낼까하다가 이제 부모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카드 한 장 썼다. 갑자기 무겁게 시작하면 이상하니 조금은 가볍게 조금은 의미가 있게 썼는데 두 분다 느끼신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카드 쓰는데 3시간 넘게 걸렸다. 한 10문장 썼나? 어렵다. 남을 설득하는 글을 쓰기란).

효과가 있긴 있다. 어머니는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와서는 어제밤에 한참을 우셨다고 하시고, 아버지는 아직 전화는 안해봤지만 분명히 변화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물론 내색은 안하셨을 것이다. 우~ 경상도 남자ㅠㅠ).

또 조금 더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을 때는 MBC에서 했던 프로그램 녹화한 걸 보여드릴 생각이고, 또 필요성이 느껴지면 두 분께 따로따로 편지를 쓸 생각이다. 두 분 문제는 두 분이 가장 잘 아시겠지만, 싸움을 위한 싸움을 하시면서 점점 나보다 문제를 잘 모르게 되시는 듯 하다. 군대도 다녀왔고 나이도 옛날같으면 장가갈 나이(이 이야기는 중3때부터 들었다. 쳇)도 됐으니 이 정도 관여하는 건 부모님 입장에서 자존심 상할 축에도 못 들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두 발로 걷는다. 사람이 걸음마를 배울 때 앞으로 넘어지려 하다 한쪽 발을 앞으로 내밀어 넘어지는 것을 막고, 또 넘어지려 하다 다른 발을 내밀어 안 쓰러지는 과정을 거쳐 걸음마를 배운다고 한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걷는 게 익숙해지면 잊어버린다.
넘어지려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서로 다투면서 자기가 먼저 나가려고 해도 걸음을 뗄 수 없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다투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넘어지려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심하게 다투면 넘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다투는 것을 넘어서서 화해함으로써 한 발, 반성함으로써 다시 한 발, 이렇게 하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걷는 게 익숙해서 잊어버렸더라도, 나중에 다시 다툴일이 생겼더라도 또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투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다.


원래는 여자친구랑 싸우면 화해하려고 생각해둔 보석같은 글들인데 그냥 부모님께 드려야겠다. 다음 글을 덧붙여서...

...하지만 걷는 게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어디로 넘어지는 지 조차 모를 때에는 제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드리겠습니다. 심하게 다투셔서 넘어지시더라도, 힘이 없으셔서 별로 일어날 생각이 없으시더라도 이제는 억지로 일으키겠습니다. 주제넘게 참견하겠습니다...

뭐, 이런 시도도 별 의미없이 끝날 수도 있다. 어차피 두 분만의 문제이니 말이다. 화해하셔서 화목하게 잘 사실 수도 있고, 심해져서 이혼을 결심하실 수도 있고, 지금처럼 계속 냉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를 게 뭔가... 언제나 부모님은 부모님이다. 어떤 상황에 어떤 상태이시건 물이 거꾸로 흐르거나 죽은자가 살아나거나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한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낙천주의자이며 모든 일은 좋은 쪽으로 풀려간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을 밝힌다. 어떤 상황에건 난 부모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견에 따를 것이다.

세상에는 이해는 하지만 수긍할 수 없는 일도 있지만,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수긍해야하는 일도 있다.


쓰고 보니 굉장히 심한 것 같지만... 사실 이 글은 이미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한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이라는 가정하에 (아까도 말했듯이 철저히 계획적이게) 쓴 글이므로 조금 그런 면이 있다. -_-; 지금 부모님 이혼 가능성은 약 0.0000001% 정도? -_-;;; 모두들 쓸 데 없는 걱정이나 위로 말길...

이 글의 주제는 난 잘났다...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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