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뜬금없이 갑자기 이어가는 2006년도 유럽 여름 여행기다.
사실 그동안 계속 올리려고 했는데...
다른 글 포스팅하기도 바쁘고...
그 보다 사진정리하기가 귀찮아서 -ㅅ-
그럼... 또 시작해본다.
내 여행기는 사진도 많지만... 글도 많다.
▲ London, England
#1. Heathrow Airport
말레이시아에서 타고 온 비행기는 저녁 때 쯤에 우리를 히드로 공항에 떨어뜨려 놓았다.
지난 글(2007/06/29 - [::: 아퀴의 여행 :::/::: 2006. 유럽 :::] - 번외 편 2 - 날아가는 비행기)에서(꽤 오래되긴 했다) 영국으로 올 때의 우여곡절을 말한 적이 있다.
갖가지 신분확인에 수화물 소동까지...
영국에 도착해서 DK에게 소식을 들었는데... 히드로 공항에서 테러 미수 사건이 있었다더군.
테러 집단에서 비행기에 액체 폭탄을 들고 탈 수 있는지 시험하러 쥬스컵에 폭탄을 담아서 타려고 했었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기내식에 뿌려 먹으려 그랬던 튜브형 고추장도 뺐겨서 화물칸에 실을 수 밖에 없었다. 흑흑...
덕분에 보안등급은 최고로 올라가있고 입국장의 줄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영국인들을 위한 게이트와 유럽인을 위한 게이트는 비교도 안되게 재빠르게 빠져나가고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은 긴 줄을 좀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마 말레이시아에서 환대를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역시 거긴 아시아이고 여긴 영국이니 살짜쿵 긴장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우리보다 조금 앞에 서 있던 한국인 한명이 입국을 거절(!)당하며 뒤쪽 줄로 다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와... 이거 무슨 시험을 통과하지 않으면 떨어뜨리나 본데?'
라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여권을 보면 바로 표시가 난다.
녹색 표지의 여권은 (개인적으로) 정말 볼품없고 좀 싼티가 나는데, 이게 바로 한국인이라는 정표...
(일본여권은 감색-짙은 남색-이고 대부분의 나라들은 짙은 갈색이었다)
내 동생이랑 살짝 긴장타고 입국 심사관 앞에서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동생이랑 같이 심사를 받은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은 잘 안난다. 훗... 그게 좀 오래되놔서(자랑이다...).
생각보다 질문은 간단했는데, '왜 왔냐', '어디서 잘거냐', '영국에서는 언제 어디로 어떻게 나갈 것이냐' 정도였다. 긴장줄 잡고 있던 결과 치고는 좀 허무했는데... 이 때부터 우릴 여행 내내 괴롭히던 의문점 하나가 생겼다.
'과연 거절당했던 한국인은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
...
우여곡절 끝에 출국 수속을 다 끝내고 일찌감치 나를 알현하기 위해 나와있던 DK를 만났다.
말레이시아에서 우리와 연락할 길이 없었던 DK는 우리의 도착 여부조차 의심하며 공항에 나와있기는 했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는 일이 이지경이 돼 있는 줄은 몰랐지. 프프프... 말레이시아에서는 BBC가 안나오더라구(진짜인지는 모른다).
공항에서 한국에서 제과점에서 마음의 한계를 놓아버리고 빵을 마음껏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을 지불하고 샌드위치 하나를 챙기고 공항을 나오자마자 내 동생은 그 동안 참았던 흡연의 욕구를 마음껏 분출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담배를 반 넘게 피고나니 벽에 영어로 뭔가 쓰여있던 것이 보였는데... "No Smoking"
보안 등급 최고에 며칠 전 폭탄 테러 위협이 있었던 공항 바로 앞에서 "금연" 표지 밑에서 태연하게 담배를 태우고 있었던 것이다. 히드로 공항에 발 닿자마자 대사관에 연락할 뻔 했다.
황급히 자리를 피하고 지하철(영국에서는 tube라고... 공식명칭은 Underground 인 듯)을 타러 갔다.
그래도 우리는 셋 다 대학교도 다닌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이라 지하철 티케팅과 탑승은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지하철을 탔는데 자리가 없었다.
등산용 백팩으로 무장하고 있던 우리는 도저히 서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태연히 앞칸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하고 문을 열고 나갔다. 어라? 근데 이 문을 여니 바로 앞칸이 나오는 것이 아니고 잠시 외부로 나왔다가 다시 앞 칸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되는게 아닌가. 난 거짓말안하고 영국 사람들이 스릴 넘치게 칸을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우쭐해하며 앞칸으로 가고 있는데 플랫폼에 있던 경찰이 갑자기 우리에게 험악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라고 막 그랬는데 대충 요약하자면 칸을 이동하는 건 비상시에만 사용한다는 것...
잔뜩 경고를 하고는(전부 알아듣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성큼성큼 자기들 볼일을 보러 가버렸다.
슬슬 대사관 전화번호를 외워야할 필요성을 느껴가고 있었다. 대사관은 우릴 구해주겠지...
#2. Earl's Court - Hotel IBIS
히드로 공항을 출발해서 숙소가 있는 역을 향해 출발했다.
이미 관광을 펼치기에는 날이 너무 저물었고 또 그냥 외국 전철을 타고 가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관광이 되었으므로...
DK의 장황한 숙소 자랑을 들으면서 우린 솔직히 말레이시아급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난 글에도 밝혔듯이 이제 우리가 겪을 호텔들은 말레이시아보다 모두모두모두모두 못했다.
민박 중에는 프라하의 민박집이 발군이었지만... 거기 얽힌 에피소드를 펼치기엔 갈 길이 멀다. 끙...
아... 거기 민박집 주인 아가씨가 책을 냈더군. 악플도 많이 달려있던데... 아름양 되게 친절하고 좋은 아가씬데... 끙...(근데 사실 나도 악플의 주인공으로 활약해 봤는데... 별 느낌 없다. 재미있기도 하고... 주위사람들이 오히려 신경써서 문제지...)
프라하에서는 하룻 밤 묵었는데... 일이 좀 있어 개인적으로 친분을 좀 쌓았다. 책 낸대고 연락은 한 번 왔었는데... 요즘은 뭐하나? 뭐 어쨌건... DK의 자랑은 말레이시아를 겪지 않았다면 훌륭히 먹혔겠지만 우리의 눈은 이미 호텔은 말레이시아급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다고 나쁘다는 건 아니고...
DK가 길을 좀 가다가 놓아줘 버리는 경향이 있어 숙소를 찾는데 꽤 헤맸다. 그렇지만 숙소는 아늑하고 좋더군. DK가 자랑한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훌륭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는 샌드위치만으로는 도저히 삶을 이어갈 수 없어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 위해 근처의 펍(Pub)을 찾았다. 주문한 음식을 잘못 가져오는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꽤 맛나게 먹은 듯.
▲ 밤이 깊었는데 다들 집에 안가네...
▲ 호텔방. 깨끗하고 좋았다
▲ 조금 난장판이긴 하군...
그래도 역시 먹고 살아야겠기에 가장 먼저 한 건... 아침먹기(물론 그 전에 씻었다).
▲ 뭐... 다른 호텔과 비슷한 시스템
▲ 음식에 대고 사진을 찍고 있는 걸 외국인들은 신기하게 생각한다
아이비스 호텔은 어스 코트 역 바로 옆에 있어서 관광 나가기에는 훌륭했다.
런던 관광지 자체도 그렇게 멀리멀리 떨어져있지 않고 다 모여 있으므로 지하철만 타도 다 돌아디닐 수 있다.
하루 권을 끊어서 힘차게 행군과 같은 관광을 시작했다.
▲ 저기 조그맣게 침을 박아놓은 건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하려고 해 놓은 거다.
▲ Tube는 이렇게 생겼는데... 솔직히 좀 싼티난다. 문 여닫는 소리도 시내버스 뒷문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
빅벤(Big Ben) 근방 되겠다.
▲ 어디부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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