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 :::

再见 High Kick

아퀴 2010. 3. 20. 01:13
항상 잘 챙겨보는 김병욱 PD의 씨트콤이 끝났다.

"지붕뚫고 하이킥~"


뭐 엔딩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들이 많은데...
난 나름 괜찮았다고 본다.

나름 열린 결말... 인가?
(여튼 열린 결말 중 최고봉은 역시 "메트릭스 1"이라고 본다)


※ 꼭 이런 짓을 해야되는지 모르겠지만 --; 암만 오늘 끝난 시트콤이더라도 역시 아래쪽엔 좀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지금 봐선 없지만...) 원치 않으시면 살포시 떠나시길...

김병욱 PD 스타일이 씨트콤은 웃음만 준다는 것에서 살짝 벗어나 있기는 하다.

(예전에도 말했듯이 작품을 고를 때는 감독을 보고 고르는게 좋다. 물론 그건 영화이야기였긴 하지만...)
지난 작품들을 보면...

"웬만해선..." 에서는 박정수 아줌마를 암으로 죽여버리고... 등장인물들을 휙휙 휘저어 놓았다.
나는 아직 김민정의 나레이션을 못 잊고 있는데...
"...몇년이 될지 모를 유학을 앞에 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질그릇 처럼 깨지기 쉬운 약속이나 기다림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똑바로 살아라" 에서는 -ㅅ-;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큼 다들 완전 안좋은 상황이 되어서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끝났고...(검색 해보면 나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 에서는... 
실컷 사귀던 민용선생이랑 민정선생이 깨지면서 끝났지.

-ㅅ-;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 엔딩을 기대했다면...
PD의 작품관이나 스타일을 좀 쉽게 봤다고 생각한다.
(항간엔 PD가 삼촌에게 좋아하는 여자를 뺐긴 경험이 있는게 분명하다고 하더군 -ㅅ-;;; 모를 일이지...)

나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김병욱 PD가 씨트콤을 찍는다면,
열심히 볼 작정이다.
난 이런 결말도 좋아하니까...

마무리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김민정의 마지막 나레이션을 보자.
(지식인에서 퍼왔는데... 내 기억으론 맞는 나레이션이다)
김병욱 PD의 작품관이 잘 묻어나온다고 본다.

그 여행은 큰엄마(박정수)가 우리와 하신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후 1년...
영삼이는 여전히 공부를 못하지만 과묵하고 성실한 학생이 됐다.
꼴찌들은 적어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됐으며
과학자가 꿈이 었던 인삼이의 꿈은 큰 엄마가 죽은 후에 의사로 바뀌었다.

윤영언니는 아직도 달콤한 신혼중이며...
큰 아빠(노주현) 는 지금도 문득 큰 엄마 생각에 눈물 지으시지만 정말 훌륭한 진압계장이 되셨으며,

오래 외로우셨던 할아버지(신구)는 지금 할머니 한분을 만나고 계신다.
사랑은 참으로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하나보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식구들에게 화를 내시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큰 아빠네 집은 너무 조용한 집이 됐다.

엄만(배종옥) 다시 돌아온 겨울에 예쁜 애기를 낳았고
새로 태어난 동생은 아빠 (이홍렬) 일생의 가장 큰 기쁨이 됐다.
그게 미나에게는 못내 서운한 일이 됐지만..

오중 오빠네 식구들은 이제 더 이상 그 곳에 없다.
지현오빠는 고향인 강릉으로 발령이 났어 혜경이는 복학했으며 재희오빠는 지금도 열애중이란 소문이다.
모두가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나는 어떻게 됐냐구?
난 재황(이재황) 오빠와 예정된 이별을 했다.
몇 년이 될지 모를 유학을 앞에 두고 우리는 서로에게 질그릇 처럼 깨지기 쉬운 약속이나 기다림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는 자기 앞에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걷자는 말을 눈물 속에서 주고 받았다.

누군가가 말했던가 "세상의 절반은 슬픔" 이라고...그말이 좋았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가장 기뻣던 순간들과 슬펐던 시간들은....
늘 같은 무게로 내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도 놀기를 좋아했던 식구들의 크게 울리던 웃음소리는 이젠 없다.
모두 이젠 각자의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성취와 즐거움에 만족하며 산다.
난 수업이 없는 오후를 엄마와 남자들 얘기나 연예계 소식 다이어트나 유행
새로 나온 화장품 따위의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채운다.
 
우리 삶의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언제일까...
엄마는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었다고 회고 하셨고..
큰 아빤 큰 엄마와 연애하시던 그때..
그리고 아빠는 주저없이 지금 바로 이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언제일까..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살아왔던 시간속에 있었던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시간의 수많은 열린 문속 어딘가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을 것 같다.

그 때가 언제일까 나는 기다린다...

안녕, 하이 킥~ 또 만나요~ 再见。



'::: 생각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2) 2010.03.23
더러운 스퐁이  (0) 2010.03.21
  (0) 2010.03.16
자려다가...  (0) 2010.03.16
Tragedy  (0) 2010.03.15